# INTERVIEW

2016.02. HIGH-CUT vol.167

2016. 2. 4. 09:31

HIGH-CUT

VOL.167 Feb 4~17, 2016.


도 경 수 에 게


파아란 하늘을 닮았다. 스물넷, 아름다운 청춘 도경수에게 보내는 편지.

기자 이진선 포토그래퍼 JDZ Chung 스타일리스트 정진아 헤어 박내주 메이크업 현윤수 어시스턴트 남윤미



생일 축하 인사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거나 연기 천재라는 너스레에 시선 둘 곳 없어 당황할 때면 어디서 이런 순수 소년이 나타났나 싶다.

손등을 덮은 스웨터 소매와 남자아이처럼 뭉툭하게 깎은 짧은 손톱마저 너무나 그답다. 엑소 디오가 아닌 연기자 도경수로 홀로 나타난 그는 영화 <순정>을 통해 주연배우 신고식을 치른다. 주로 어두운 역할을 맡아왔던 도경수이기에 해맑은 시골 아이 역할이 웬 말인가 싶었건만, 그의 얼굴을 직접 맞대고 보니 걱정은 더욱 큰 기대로 변했다. <순정>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밤톨머리를 한 소년 도경수를 만났다.


'소처럼 일한다'의 표상 같아요. 영화를 찍고 있다는 기사를 분명 본 것 같은데, TV를 켜니까 엑소 신곡이 나왔더라고요. 이건 힘들다는 단순한 단어로는 설명이 힘들 거 같기도 하네요.

어휴, 아닙니다. 뭐,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바빠지는 건 있죠. 근데 그 생활에 이미 적응했어요. 이젠 쉴 때면 오히려 약간의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대로 항상 재밌고 즐겁게. (웃음)


그런 면에서 몰입도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순정>에서만 하더라도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완벽한 시골 소년인데, 또 서울로 올라와서는 범아시아적인 아이돌이잖아요. 마치 스위치 끄고 켜듯 바뀌네요.

전 어렵진 않았어요. 엑소 활동이야 항상 해오던 거니까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무대 위에 올라가면 그냥 딱딱 나와요.


사실 소속사에선 연기를 시킬 마음이 없었다면서요. 그래서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참 우연히도 엑소에서 제일 먼저 연기를 하게 됐네요.

저도 사실 연기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나선 것도 아닌데 갑자기 기회가 온 거죠. 어느 날 <카트> 시나리오가 저에게 온 거예요. 그래서 그냥 '와!' 하면서 했어요.


연기를 시작한 게 우연이라고 하기엔 연기력 논란이 전혀 없었죠. 이런 반응 예상했어요?

기분이야 정말 좋았죠. 저야 제 연기를 볼 때 항상 아쉽고 후회되지만, 다른 분들이 좋게 봐주시니 놀라기도 했고 자신감도 생겼고요. 전 사실 칭찬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거기에 빠지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잖아요? 하하하….


정말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 없어요?

네. 한 번도…(없어요).



경수씨가 아직 많은 작품에 출연한 건 아니지만, 주로 우울한 역할을 많이 맡았더라고요. 그런데 해맑은 시골 소년이 된 <순정>은 연기 변신이네요.

우울하든 밝든 전 그냥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웃음) 저에겐 그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 거잖아요. 어느 쪽이 더 맞고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둘 다 재밌어요.


<순정>촬영은 어땠어요? 시골에서 고립되다시피 했다면서요.

촬영할 때는 덥기도 하고 힘든 일도 많았어요. 안 할 때가 정말 재밌었죠. 배우들이 다 또래다 보니 다 같이 놀았거든요.(웃음) 주로 고흥에서 놀았는데,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당구도 치고 순천까지 가서 영화도 봤어요. 득량도라는 섬에 갔을 때는 낚시도 하고 바다수영도 했죠. 진짜 <순정>에 나오는 아이들처럼요. 다른 배우들은 사실 저보단 어린 친구들이지만 상상하시는 것보다 정말 성숙해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지 말도 잘 통해요. 덕분에 진짜 친구처럼 지냈어요.


엑소 활동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겠네요.

다르긴 달랐죠. 항상 같이 있는 멤버들 말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거니까. 새로운 재미가 있어요.


이 영화가 경수씨의 첫 주연작이면서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는 기회기도 하죠.

전 서울 논현동에서 태어났어요. 진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지 정말 궁금해요. 기대도 있고 두려움도 있는데. 일단은 궁금한 마음이 커요. 사투리 연기는 제대로 배웠다기보단 많이 들으면서 연습했어요. 배우들이랑 고흥에 내려와서부터는 서울말은 하지 않고 사투리만 썼고요. 지금도 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와요. '그게 뭐야?'가 아니라 '거 뭐여?'가 나오는 거예요. 하하. 요즘도 <순정> 배우들 만나면 사투리로 이야기해요. 서울만 하면 어색해요.


사투리도 처음이고 멜로도 처음이죠.

설렜어요. 진짜. 지금은 느낄 수 없는 열일곱 살의 순정을 영화 안에서나마 느끼는 거잖아요.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김소현이라는 배우와 언제 또 멜로를 찍어보겠어요.(웃음)


도경수의 열일곱은 어땠나요. 첫사랑도 그때쯤?

전 그냥 조용하고 철없는 학생이었어요. 제 첫사랑은 고3 때였고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그때가 맞는 거 같아요. 이 영화 찍으면서 고3 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더라고요.


첫 주연작으로 <순정>을 택한 건 본인의 의지였나요? 촬영 중간에 취재진에게 현장공개를 한 적이 있는데, 이건 뭐 엑소 디오가 아니라 그냥 시골 소년이더라고요. 얼굴이 새까매서 깜짝 놀랐거든요.(웃음) 사실 이거 말고 더 멋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었잖아요.

아뇨. 전 멋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읽었어요. 읽고 나니 범실이라는 캐릭터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현장 공개 사진은 리얼해서 더 좋았어요. 하하. 거기 있으면 그렇게 탈 수밖에 없어요. 사실 영화 찍기 전엔 하얀 편이라 일부러 태닝을 했거든요. 근데 태닝으론 전라도 섬마을에 사는 아이의 피부색은 절대 안 나왔어요. 그것 때문에 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냥 이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영화 찍으면서 엑소 멤버들하고 2주 만에 만난 적이 있거든요. 카이가 제일 까만 멤버인데, 제가 그 친구보다 훨씬 까맣더라고요. '와, 진짜 이렇게 탔구나' 했죠.


한편으론 두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지극히 소년다운 외모 때문에.

전 고민 없어요. 작품을 하는 게 마냥 즐겁거든요.(웃음) 물론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시는지도 중요하지만 전 제 자신이 행복한 것에 더 신경 써요. 제가 즐거우면 촬영이 즐겁고. 제가 즐겁게 촬영하면 관객들도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연기자 도경수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장르는?

가장 하고 싶은 건 누아르에요. 그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이잖아요. 아니면 <추격자> <악마를 보았다> 같은 작품이요. 저 잔인한 거 되게 좋아해요. 하하.


엑소의 콘서트를 꽤 자주 갔었는데, 그때마다 슈퍼스타 엑소에게 감탄하곤 했죠. 경수씨는 엑소의 메인 보컬이면서 또 가장 활발히 연기를 하고 있잖아요. 두 마리 토끼를 완벽히 다 잡는 게 최종 목표인가요?

그렇죠. 힘들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노력해보려고요. 두 마리 다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아직 멀었기도 하고요. 엑소도 아직 멀었습니다. 더 새로운 모습으로 나와야죠.


첫 주연작을 개봉하는 2016년은 경수씨에게 어떤 해가 될까요.

엑소로서도. 도경수로서도 더 의미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요. 제 인생에 한줄의 글이 남겨질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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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Shot

데뷔 전 엑소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엑소-K였죠. 6명의 이름과 얼굴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은 그런 자리였는데 제 기억 속 디오는 그중에 제일 말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였어요. 10의 재능을 갖고 태어났음에도 100을 가진 것처럼 자신의 끼를 포장해서 분출해야만 하는 이 업계에서 디오는 1도 보여줄 깡이 없어 보였고요. 그렇게 소극적이었던 디오를 연기자 도경수로 만나 인터뷰하게 됐습니다. 그와 마주 앉아 고요한 기류를 온몸으로 느낄 각오를 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게 '웬열~'. 가수 데뷔 5년 차, 배우 데뷔 3년 차인 도경수는 밝고 긍정적인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더군요. 예상과는 너무 달라 당황한 표정으로 "원래 이렇게 밝아요?"라고 물어본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고요. 5년 동안 그는 꾸밈없이 자신이 가진 매력을 고스란히 내보일 수 있도록 성장한 것 같았습니다. 도경수의 진짜 모습을 차차 알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더 신나는 일이더군요. 내년의 도경수, 내후년의 도경수는 그보다 더 넓고 깊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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