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LMOGRAPHY/2018 스윙키즈

<스윙키즈> 제작기

2018. 12. 18. 22:31

2018. 12. 18.

<스윙키즈> 제작기


출처 https://m.blog.naver.com/cine_play/221421570571



시대의 분위기와 흥을 옮기기까지, <스윙키즈> 제작기


Just Dance!

시대의 분위기와 흥을 옮기기까지

이안나 프로듀서, 김지용 촬영감독, 박일현 미술감독에게 듣는 <스윙키즈> 제작기



제작 난이도를 상, 중, 하로 나누자면 강형철 감독의 신작 <스윙키즈>는 단연 상에 해당된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이데올로기의 격전기였던 거제 포로수용소를 고스란히 재현해야 했고, 가격이 비싸고 사용 허가를 받기 까다로운 음악을 무려 10곡이나 확보해야 했으며, 1950년대의 공기와 빛을 카메라에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작한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가 “대충 만들 거면 아예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이안나 대표, 김지용 촬영감독, 박일현 미술감독으로부터 2017년 10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총 84회차 진행된 <스윙키즈> 제작기에 대해 들었다.


Just Music

유명한 곡일수록 비싸다. 부르는 게 값이다. 강형철 감독은 자신이 콕 집은 음악만큼은 영화에 써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에서 사용된 곡은 총 10곡이다. 비틀스의 <Free as a Bird>를 포함해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 등 10곡 모두 비싸고 저작권을 확보하기가 까다로운 곡들이다. 확보해야 할 음악 예산이 많이 책정됐던 것도 그래서다. 김준석 음악감독이 합류했고, 자신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저작권을 확보했다. 음악감독으로서 선곡 작업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과속스캔들>(2008)부터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까지 강형철 감독의 영화 속 음악을 쭉 작업해온 만큼 누구보다 강형철 감독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했다.

제작진이 가장 확보하기 어려웠던 곡은 비틀스의 <Free as a Bird>였다. 연주를 새로 하지 않고 마스터 버전 그대로 엔딩 시퀀스에만 사용된 곡이다. 가격이 가장 비쌌고, 이 곡 사용을 허락받기 위해 강형철 감독의 필모그래피, 시나리오, 콘티 등 영화 관련 자료들 모두 비틀스쪽에 보냈다. 이안나 대표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라고 한다. 판래(박혜수)가 “퍼킹 이데올로기”를 내뱉고 반공 데모를 하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춤을 추고, 로기수(도경수)는 강당 문을 박차고 나가 춤을 추는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는 시퀀스에서 사용됐다. 이안나 대표는 이 곡이 “영화의 메시지와 가장 잘 맞는 노래”로 “이 장면에서 기수와 판래의 감정이 너무 좋았다. 마치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 같았다”고 말했다.

<스윙키즈> 플레이리스트 10곡

루이스 조던 <Caldonia>

아일린 바턴 <If I Knew You Were Comin’ I’dve Baked a Cake>

아이슬리 브러더스 <Shout>

리타 김 <하바나길라>

정수라 <환희>

바흐 <평균율 1권 1번 다장조>

데이비드 보위 <Modern Love>

유로피언 재즈 트리오 <The Chistmas Song>

베니 굿맨 <Sing Sing Sing>

비틀스 <Free as a Bird>


Just Art

■ 삼척 오픈 세트

거제 포로수용소는 <스윙키즈>의 무대이다. 박일현 미술감독은 거제 포로수용소와 관련된 역사 자료를 조사하면서 수용소 설립 배경과 방대한 규모를 알게 돼 놀랐고 두려웠다. 역사적 공간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중압감이 컸고, 영화 속 춤과 음악을 수용소의 여러 공간과 접목하기 위한 고민이 많았다. 포로수용소 공간을 처음 디자인했을 때 규모가 굉장히 컸던 까닭에 세트를 지을 만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후보지 몇 군데를 답사한 결과, “넓고 거친 대지의 느낌을 가진 삼척의 한 부지가 실제 거제 포로수용소와 닮아 이곳이다 싶었다”. 자료들을 보면서 “친공과 반공이 대립된 공간,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색감과 선전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친공쪽 공간들은 이야기의 주된 공간이자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갈등이 벌어지는 곳이다. 공산주의 프로파간다를 강렬하게 드러내려고 한 것도 갈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 미군 막사는 기록을 참조해 1950년대의 미국적인 색채를 가진 공간으로 재현했다.

■ 거제 포로수용소 도면도

거제 포로 수용소가 지어진 세트 부지는 부지 옆 자투리 공간을 포함해 약 8천평 규모다. 천막 캠프를 제외한 건물이 약

20동으로 구성됐다. 참고로, 부지 옆 자투리 공간에서 판래가 사는 판자촌이 지어졌다. 판래가 <Modern Love>에 맞춰 춤을 추는 신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판래의 춤을 보여주기 위해 수평으로 길게 디자인한 공간이다. 미군 캠프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쌓아놓았는데 영화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곳은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 옆 개천가에서 사람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진을 참고해 만든 공간이다.”

■ 강당

기수, 판래, 병상(오정세), 샤오팡(김민호) 등 탭댄스팀이 미군 잭슨(재러드 그라임스)과 함께 춤을 연습하는 공간이다. 이들이 춤과 음악에 눈을 뜨게 되는 공간이자 이데올로기 갈등이 격렬해지는 포로수용소에서 유일하게 시간이 멈춘 곳이기도 하다. 박일현 미술감독은 “강당의 구조와 디자인을 한국전쟁 당시 미군 캠프의 여러 요소들을 참조해 표현했다”. 무엇보다 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춤인 만큼 창문에서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나 인물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공간을 디자인했다. 색감 또한 1950년대 미군 캠프의 색감 중 영화와 맞는 색감을 선택해 일반 포로수용소와 다른 느낌으로 표현했다.

사용한 카메라와 즐겨 쓴 렌즈

김지용 촬영감독은 아리 알렉사 sxt 와 아리 알렉사 미니 두대를 사용했다. 영화의 마지막 탭댄스 공연처럼 규모가 큰 장면을 제외하면 B카메라 없이 카메라 한대로만 쭉 찍었다. 렌즈는 1960, 70년대 사용됐던 빈티지 모델인 자이스 하이 스피드 프라임 렌즈 세트를 선택했다. 그 렌즈는 주로 낮 장면에서 사용됐는데 최신 렌즈처럼 코팅이 좋지 않아 빛이 렌즈로 들어오 면 색이 왜곡된다. 밤 장면에선 울트라 프라임 렌즈가 사용됐다. 화면비는 2.35:1.


Just Movie

김지용 촬영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비극적인 시대와 공간에서 춤을 추는 소재가 독특해 끌렸다. 촬영 전 사진, 뉴스 영상 등 당시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촬영이 역사적 사실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그는 그때 보았던 자료 중에서 컬러 사진은 색이 많이 바랜 까닭에 1950년대를 어떤 톤으로 담아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암부를 몇 단계로 나눠서 표현하자, 였다. 가장 어두운 장면은 붉은색이 도는 색을, 그보다 덜 어두운 장면은 녹색과 파란색을 각각 넣어 어둠을 단계적으로 구분해 보여주었다.

그가 춤 영화를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촬영 전 강형철 감독과 함께 노래 박자에 맞는 편집 포인트를 고려한 콘티를 준비했음에도 현장에서 박자 맞추기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잭슨 역할을 맡은 재러드 그라임스가 정박자가 아닌 엇박자로 춤을 추더라. 그 박자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웃음)” 평소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김지용 촬영감독이 이 영화를 찍으면서 자신이 박치임을 처음 깨달았다나.

■ 자유로운 인물 동선

“배우들이 프레임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였으면 했다.” 김지용 촬영감독은 공간을 실제처럼 만들기 위해 조명을 가급적이면 인물에서 멀리 세팅했다.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한 배려다. 덕분에 배우들도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했고, 김지용 촬영감독도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영화만큼 카메라 무빙이 많은 적이 없었다. 또 지금껏 했던 작업 중에서 가장 콘티대로 찍었다. 강형철 감독님은 반대로 자신의 영화 중에서 가장 콘티대로 안 찍은 영화라고 하더라. (웃음)”

■ 빛

1950년대 거제도의 빛과 공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게 김지용 촬영감독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지금처럼 미세먼지도, 공해도 없었던 그때 그곳의 빛은 매우 투명했을 거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마침 오픈세트가 지어진 겨울 삼척은 해가 강렬했다. 일부 장면을 제외한 낮 장면 대부분을 자연광으로 찍었다. 인공조명은 거의 안 썼다. 지금 남아있는 자료사진 대부분이 낮 장면이어서 밤 장면은 레퍼런스가 따로 없었다. 야외 밤 장면은 현대물보다 조금 더 어둡게 보여주기 위해 광량을 적게 투입해 찍었다. 자연광으로만 찍은 실외 낮 장면과 달리 인물들이 춤 연습을 하고, 춤을 추는 강당 내부 장면은 세트에서 촬영됐다. 당시 전등을 켜고, 큰 창을 통해 빛이 들어와도 다소 어두웠을 거라고 판단해 실내 조명을 세팅했고, 그래서 콘트라스트가 강하게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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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사진제공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