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2014.09. THE CELEBRITY - Scent of a BOY

2014. 9. 25. 17:05

THE CELEBRITY 더 셀러브리티

SEPTEMBER 2014



Scent of a BOY






EXO 디오에겐 오랜 바람이 있었다. 성인이 되면서부터 찾아 헤매던 100퍼센트의 향을 발견하는 것! 

디오는 월드 투어와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으로 쉴 틈 없는 스케줄에도 짬을 내 직접 조향사가 되었다. 

꿈의 향수를 찾아온 소년은 신중하고도 진지하게 그토록 바라던 '소년의 향기'를 창조해냈다.






년은 유독 맑은 동공을 갖고 있었다. 수염 난 남자가 여전히 소년처럼 보일 수 있는 비밀은 그 맑음에 있다. 한편 소년의 입술은 움직일 때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부드러운 양감을 드러내곤 했다. 스물두 살 소년, 디오는 투명한 호수 같은 눈동자 위로 눈꺼풀을 드리우며 달콤하게 말했다. "소년의 향기, 그게 제가 만들고 싶은 향이에요."


  데뷔와 동시에 기록을 세우고 역사를 새로 쓴 아이돌, EXO의 멤버. EXO의 멤버로 아시아를 종횡무진 누비는 사나이. 요즘은 매주 아시아를 순회하는 대규모 공연을 하느라 서울이 낯설 법도 한 디오가 청담동 갈리마드 퍼퓸 스튜디오에서 소년의 향기를 빚어내고 있다. '으르렁' '중독'을 떠올리면 그 향은 분명 야수 같은 사향, 굵은 땀방울이 깊게 밴 가죽의 향 같은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소년은 맑고 부드럽고 도톰한, 그리고 달콤한 뉘앙스까지 오랫동안 남기는 정반대의 향이 자신의 것이라 말했다.




" 스물두 살 소년, 디오는 투명한 호수같은 눈동자 위로 눈꺼풀을 드리우며 달콤하게 말했다. 

"소년의 향기, 그게 제가 많들고 싶은 향이에요."라고 "




  디오가 경험한 갈리마드 오트 쿠튀를 맞춤 향수 조향 프로그램은 멘토로 나선 갈리마드 퍼퓸 컨설턴트, 칼리마드 코리아 이사 남상미와의 대화에서 시작 되었다. 블라인드 스멜링 테스트에서 갖가지 향을 맡아보는 동안 디오는 열심히 자신의 향 취향을 규정해 나갔다. 향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데에도 하나하나 진지하고 까다로운 모습에서 그가 자신만의 향수를 얼마나 바랐는지 느껴졌다. "향수를 정말 좋아해요. 여러 향수를 시도해봤는데 딱 이거다 싶은 건 없었어요. 평소엔 딥티크 의 탐다오를 쓰는데 100퍼센트 제게 맞는 선택은 아니죠. 정말 저와 꼭 닮은 향수, 지금의 나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향수를 항상 찾고 있었어요." 좋아하는 음식, 색상, 라이프스타일까지 세세하면서도 광범위하게 취향을 분석하고, 그로부터 그가 찾고 있는 향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이드해준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편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무겁지 않은 향수. 색으로 비유하면 하늘색, 그중에서도 노을 색이다. 성인 남자의 향치고는 아주 부드럽고 친절한 향이다. "성인이 되면서부터 향수를 사용했어요. 흔히 남성적이라고 하는 향수에는 거부감이 있어요. 아직은 제게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그런 향수를 쓴다면 저부터 어색할거예요."






" 진한 향에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이, 디오는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맑은 눈동자를 지닌 소년의 보드라운 향이 갈리마드 퍼퓸 스튜디오 가득 두둥실 떠다녔다. "



  프랑스 왕실에서 사용하는 향수를 만들었던 장 드 갈리마드경이 루이 15세를 위한 향수를 조향하던 퍼퓸 오르간에서는 128가지의 향료가 디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베이스 노트, 미들 노트, 톱 노트 순서로 조향을 시작할 차례인 것. 단계마다 한 가지 향을 넣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두어 가지, 많게는 다섯 가지 향을 조합해 복잡 미묘한 취향을 코끝에 날아드는 실재로 끌어내는 작업이다. 향료 병을 열 때마다 끊임없이 퍼져 나오는 진한 향에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이, 디오는 커피 향으로 후각을 리프레시하는 것만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향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동안 끊임없이 시향해보며 신중하게 이뤄진 과정이었다. 시더우드, 앰버, 머스크, 릴리 오브 더 밸리 플라워, 미모사, 알데하이드…. 매혹적인 향의 이름만으로 디오의 시가 완성되어갔다.


  디오가 떠올린 그 시의 셀프 이미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EXO의 멤버 디오의 개성? 스물두 살의 자연인 도경수의 개성? 아니면 <괜찮아,사랑이야> 장재열(조인성)의 젊은 환영 한강우의 싱그러운 개성? 디오의 답은 "그 모두가 저예요. 멋있을 때도 있지만 평소엔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친근한 청년이죠.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는 순수함도 간직하고 있고요. 그 개성을 모두 하나의 향수에 담아보고 싶어요"라는 것이었다. 바쁜 월드 투어 중에도 스케줄을 지혜롭게 조율하며 <괜찮아,사랑이야>를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그는 다채로운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는 시기를 겪는 중이었다. "연기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았어요. 처음엔 정말 어려웠죠. 감독님 등 스태프들은 "너대로 너답게 연기하는 것이 답"이라고 하시더군요. 덕분에 마음이 편해지고 연기가 정말 재미있어졌어요. 기회만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그 행복한 출발을 축하하는 기념 같은 향수, '소년의 향기'가 이윽고 완성되었다. 넓적한 것과 길쭉한 것 중 디오가 선택한 길쭉한 모양의 향수병에 향수가 담겼고, 고유 번호와 향수의 이름이 명기된 디오만의 레이블도 제작됐다. 열흘에서 2주 동안 숙성을 거치면 이날 디오가 직접 조향한 100퍼센트의 향수가 완성된다. 아직은 향이 복잡하게 뒤섞였을 뿐인 설익은 향이지만, 그가 바라던 자아가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맑은 호수에 반사된 포근한 솜털 구름 같은 향이었다. 한참 동안 맑은 눈동자를 지닌 소년의 보드라운 향이 갈리마드 퍼퓸 스튜디오 가득 두둥실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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