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26-3.3

magazine M vol.152





커버스토리


  1991년 전남 고흥의 작은 섬마을. 뭍에 나가 공부하던 범실(도경수)·산돌(연준석)·개덕(이다윗)·길자(주다영)는 방학을 맞자마자 한달음에 섬으로 돌아온다. 다리가 불편해 뭍에 나가지 못하고 홀로 마을을 지키고 있을 수옥(김소현)과 신나는 여름을 보내기 위해. 친구들은 수옥을 번갈아 업어주며 닭도 잡고 노래자랑에도 나가며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그로부터 23년 후 서울의 한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되는 '순정'(2월 24일 개봉, 이은희 감독)은 그해 여름, 바다처럼 싱그러웠던 다섯 친구의 우정과 가슴 시린 첫사랑의 이야기를 들춰낸다. 촬영 내내 극 중 10대 아이들처럼 장난치며 가까워졌다는 배우들. 그래서일까. 개봉을 앞두고 만난 도경수와 김소현에게선 여전히 범실과 수옥 같은 친근감이 물씬 풍겼다. "제가 오늘 피곤해 보여서 챙겨준 것 같아요." 쑥스러워하는 김소현에게 도경수가 건넨 작은 초콜릿 상자에서 영화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순정' 친구들의 변함 없는 우정이 감지 됐다.







기억나니


눈부신 바다


설렜던


우리의 첫사랑



'순정' 도경수 & 김소현






  서울 논현동 스튜디오 706. 촬영 준비가 한창이던 현장에 뿔테 안경을 낀 남학생이 혼자 조용히 들어왔다. 도경수(23)였다. "스태프분들은 주차하고 계세요." 중저음의 목소리,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메인 보컬 디오였다. 하지만 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라기보다는 착하고 순한 얼굴을 한 20대 청년이었다. 촬영이 시작되자 그는 예의 능숙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짧은 시간 동안 도경수의 여러 얼굴을 봤다. '순정'의 범실도 그중 하나. 그는 "범실을 통해 순수한 모습부터 남자다운 면보까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경수 내게 연기는 내면을 파고드는 기쁨








  도경수는 '순정'의 범실을 어떻게 보았을까. "범실이요? 흔하디 흔한 열일곱 살 소년이죠. 친구들과 놀 땐 마구 망가지기도 하고, 누구나 겪었을 첫사랑의 설렘과 안타까움을 느낀 아이. '카트'(2014, 부지영 감독)의 고단한 고교생 태영과는 달리, 범실이는 활기차고 밝은 모습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반가운 옛 친구를 떠올리듯 환한 미소로 범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 스무 살에 아이돌로 데뷔했으니 평범한 소년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을 텐데.

"아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됐다. 다행히 평범한 중·고교 시절을 겪어서 그 기억을 살렸다. 아팠던 첫사랑의 기억도 꺼내 보고(웃음). 난 범실처럼 지고지순하진 않았지만 그 시절에 겪는 사랑의 감정을 알고 있다. 촬영하는 동안은 진짜로 수옥을 좋아하자고 다짐했다."


- 범실은 소꿉친구인 수옥을 여자로 느끼며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사춘기니까 모든 자극과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다. 첫 촬영 때 (김)소현이를 처음 만났는데 이은희 감독님이 다짜고짜 손을 잡으라고 했다. 아무리 동생이어도 처음 본 여자인데. 손을 덜컥 잡았을 때 얼마나 창피하고 어색하던지(웃음). 그 기분을 기억해 연기하라는 감독님의 뜻이었다."


- 고흥 촬영 현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들었다.

"온전히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기쁜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한번은 분장팀장님이 사정상 촬영을 그만두고 서울로 떠난다고 했다. 너무 서운해서 (이)다윗이랑 엉엉 울었는데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다. 하하. 그 정도로 제작진·동료 배우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서울에 갔다가 고흥으로 돌아올 때면 주류백화점에서 술을 많이 사갔다. 다윗이랑 (연)준석이와 그 많은 술병을 다 비웠다(웃음)."


- 휴가 같았겠다.

"정말 그랬다! 고흥 시내에서 볼링이나 당구를 치고 있어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냥 동네 아이였던 거지. 우리가 함께 즐겁게 지낸 시간이 스크린에도 고스란히 담긴 듯해 기쁘다."


- 동료와 돈독하게 지내며 우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을 것 같다.

"우정과 의리는 늘 소중하게 생각해 왔다. 다만 고등학교 땐 마음을 깊이 나눌 친한 친구가 없어 걱정이었다. 연기를 시작한 뒤 TV 드라마 '괜찮아,사랑이야'(2014,SBS)에서 (조)인성·(이)광수 형과 친해지면서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형들과 마음이 정말 잘 맞았다. 형들을 만나기 전의 나는 아주 외로웠다고 생각할 정도로."


- 김소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나이에 비해 무척 성숙하고 생각도 진중하다. 촬영 전에 소현이가 지난해 출연한 TV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KBS2, 이하'후아유')를 봤는데,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 아직 10대니까 어린 면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연기할 때 소현이 눈을 보면 저절로 집중이 됐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도경수는 2014년 한국 영화·드라마계의 놀라운 발견이었다. '카트'의 마트 해고 노동자인 엄마(염정아)를 원망과 걱정 섞인 눈으로 바라보던 태영. '괜찮아,사랑이야'의 주인공 장재열(조인성)의 분열된 어린 자아 강우. 그는 복잡한 감정을 지닌 역할을 세심한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로 표현해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이전까지 연기 경험은 물론 연기 수업도 받아 본 적도 없다는 점이다.


- 연기를 시작한 직후부터 호평을 받았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 경험을 토대로 연기할 인물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이를테면 도경수와 범실 사이에서 도경수가 가진 면모와 시나리오에 드러난 범실을 각각 그려모아서 합일점을 만들려 한다. 그 순간의 쾌감이 대단하다."


- 먼저 연기할 인물을 꼼꼼하게 이해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감독님과 인물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혼자 여러 생각을 해 본다. '물은 어떻게 마실까, 어떻게 걸을까?' 하면서. 물을 천천히 마시는 사람도 있고, 단숨에 벌컥 마시는 사람도 있듯이 사람마다 작은 행동은 제각각 다르니까."


-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인가.

"그런 편이다. 감정을 잘 드러내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쁜 마음을 쌓아놓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자연스레 사라지니까. 아, 그런데 요즘 깨달았다. 내가 잊었다고 생각한 감정도 무의식에 남아 있다는 걸. 연기할 땐 종종 나도 모르는 감정이 울컥 솟아오를 때가 있다. '괜찮아,사랑이야'에서 재열과 강우가 이별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그랬다. 눈물이 없는 편이라 우는 연기가 쥐약인데 그 땐 펑펑 울었다.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슬픔이란 감정의 띠가 툭 끊어져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연기하면서 끊임없이 또다른 나를 발견한다. '다크 나이트'(2008,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조커를 연기한 히스레저(1979-2008)도 아주 좋아한다.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조커가 있다(웃음)."


- 영화를 자주 보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두 시간 동안 온전히 몰입하는 느낌이 좋다. 지난주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1월 14일 개봉,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를 두 번 봤다. 처음 봤을 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에 압도돼 '다 그만두고 장사나 할까' 했다(웃음). 그런데 두 번 보니 영화의 작은 허점이 보였다. 영화를 하나둘씩 알아가는 게 흥미롭다."


-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의 삶을 어떻게 느끼나.

"엑소 활동이 가족이라면 연기는 친척 같다. 무대에서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 에너지를 느끼는 희열이 있고, 연기는 나의 내면을 파고들어가는 기쁨이 있다. 20대를 스타로 산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후회는 전혀 없다. 지금은 연기하고 노래하는 게 가장 재미있으니까."





정리왕 도경수 "은근히 깔끔한 성격이에요. 주변 물건을 항상 제자리에 정리해 놓거든요. 왼쪽 주머니엔 휴대전화, 오른쪽 주머니엔 지갑 이런식으로요. 가방과 서랍 안에도 물건은 늘 제자리에 똑바로. (각을 맞춰 올려놓은 기자의 명함을 가르키면서) 이렇게요(웃음).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아이콘도 모두 한곳에 몰아서 정리해 놓아요.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게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미용사이신 어머니, 그림 그리시는 아버지를 닮아 예민한 것 같기도 하고요."








+


김소현배우 인터뷰 中 경수언급 부분



- 바다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실…수영을 못한다. 얕은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빼면 거의 대역이다. 바다에 빠진 수옥을 범실이 구하는 장면은 직접 연기했는데 깊이 5m 수조에서 촬영했다. 드라마 '후아유' 이후 두 번째인데도 부담되더라. 전문가들이 바로 옆에 있어도 깊은 바다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숨이 막히고 무서워졌다. (도)경수 오빠가 있어서 조금은 안심이 됐다. 자신이 더 가라앉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먼저 물 위로 밀어줬다. 자기도 수영을 못하면서 말이다. 진짜 고마웠다."


- 바다 수영이 능숙해 보여서 진짜 잘하는 줄 알았다.

"전혀 못한다. 바다 장면을 찍을 때마다 수영도 못하는 경수 오빠가 너무 재밌어 해서 신기했다(웃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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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배포 , B컷, 촬영현장 추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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