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2014.12. ELLE KOREA - '도경수'라는 도화지

2014. 11. 26. 15:09

2014.11.26. WED

( http://www.elle.co.kr/article/view.asp?MenuCode=en010302&intSno=11414 )


Catching Feelings

'도경수'라는 도화지

스물둘 도경수에게 ‘노래하고 연기하는 삶’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 착실한 배움의 자세로 가슴속 불길을 좇을 뿐이다.

모헤어 소재의 버건디 니트는 All Saints. 그린 깅엄 체크 팬츠는 N°21 by 10 Corso Como Seoul. 플라워 패턴의 머플러는 Burberry Prorsum.

블랙 & 화이트 체크 패턴의 수트는 Taakk by Diomm. 화이트 터틀넥은 Ma Ry Ya by 10 Corso Como Seoul.

그레이 니트와 화이트 셔츠는 모두 Our Legacy by Galleria. 롤업해서 입은 데님 팬츠는 A.P.C.

그레이 스타디움 점퍼는 Saint Laurent by Boon the Shop. 안에 입은 화이트 티셔츠는 Balmain.블랙 송치 클리퍼는Zara..
블랙 슬랙스와 화이트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이식한 디자인의 라운드 니트는 Valentino by Mue. 안에 입은 화이트 셔츠는 Cy. Choi by Kud. 데님 팬츠는 N°21 by Mue.


도경수는 “말도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름난 작가와 감독, 대선배들과 일하는 것도, ‘충무로의 샛별’이란 소리를 듣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행운까지 실력으로 여기는 치기 어린 젊음의 의기양양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누린다는 엑소의 멤버이면서도! ‘디오’라는 가수 활동명 대신 본명으로 연기를 시작한 도경수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주인공 재열(조인성)의 분열된 자아 ‘강우’ 역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아이돌이 연기를 하는 게 더 이상 신기할 게 없는 시절이지만, 아이돌에 관심 없는 이들조차 눈길이 머물게 한 발군의 연기력.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들이 그의 연기를 칭찬하며 ‘SM 연기 선생님이 바뀌었나?’며 농을 하기도 했지만, 실은 회사에서 연기 수업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멤버란다. 영화 <카트> (11월 13일 개봉)에서도 그가 성실하게 소화해 낸 10대 편의점 알바생 ‘태영’은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영화의 공감대를 확장시키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한다. 인기 아이돌의 빡빡한 스케줄을 비집고 겨우 마주한 그는 단정한 얼굴과 때묻지 않은 눈빛을 지녔으며 차분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 팬들의 비명이 우려될 만큼 편의점 주인에게 거칠게 맞는 장면도 “합을 맞춰서 촬영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며 웃어 보인다. 모험동화에 나오는 주인공 소년처럼 새로운 경험과 배움에 들뜬 그를 보면서, 이름난 감독과 작가들이 도경수란 ‘도화지’를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늘 저녁 <카트> VIP 시사회가 있다고? 완성된 영화는 봤나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야외극장에서.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그런 영화제에 초대돼 많은 관객들과 영화를 본다는 게 굉장한 영광이라고 하더라. 누군가는 아무리 원해도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영화의 어떤 점들이 눈에 들어오던가 솔직히 선배님들만 보였다. 촬영 때는 어머니 역할인 염정아 선배님과만 호흡을 맞춰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지 못했다. 다들 고생 많이 하셨고 훌륭한 연기를 펼치셨더라. 그에 반해 내 연기는 모든 게 부족하고 아쉽다.

 

<카트>가 첫 연기 오디션이었다고 남들한테 말 안 하고 감추고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은 갖고 있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놀라면서도 기뻤다. 감독님을 만나서 리딩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손이 마구 저릴 정도였다. 

 

부지영 감독에게 연기 특훈을 받았다던데 연기 수업은 따로 받지 않았고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지만, 특히 행동하면서 대사를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냄비 뚜껑 열고 냉장고 문 열어보는 식의 동선을 현장에서 감독님이 세세하게 알려주셨다. 첫 촬영은 학교에서 친구 ‘수경’이를 바라보는 장면이었는데, 대사 한 마디 없었는데도 16번이나 찍었다. ‘시선’ 하나에도 감독님이 원하는 게 분명했다.

 

각박한 현실의 사춘기 소년 ‘태영’의 삶이 스스로에겐 좀 이질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나 지금은 엑소라는 그룹에 속해 있지만 나 역시 평범한 학창시절을 거쳤기에 태영이랑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용돈 벌려고 아르바이트도 해봤고, 태영이처럼 여동생은 없지만 형과 함께 자랐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반항적인 학생은 아니었다. 가장 어려웠던 촬영이 어머니한테 화내고 뛰쳐나가는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소리 지르고 화를 내본 적 없거든.

 

착한 아들이었나 보다 장난치는 걸 좋아하기는 해도 말썽은 안 부렸다. 부모님 속을 썩이는 아들은 아니었다.

 

영화 촬영 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출연했다 두 번째 오디션이라 처음보다는 긴장이 덜했다. 원래 ‘강우’라는 인물이 굉장히 소심하고 유약한 캐릭터였는데, 작가님이 나를 만난 자리에서 까불까불한 성격으로 수정했다. 그게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 강우가 ‘재열’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란 건 캐스팅이 확정되고 알았다. 알고 있었는데도 강우의 정체가 드러나는 4부 대본 엔딩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상상 속 인물이라니,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다 노희경 작가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하루는 밤에 작가님 작업실 근처 공원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눴다. 인생에 대한 조언도 들었고 무엇보다 강우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됐다.

 

강우에게 가장 몰입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마지막 회, 재열이 강우를 떠나 보내며 발을 씻어주는 장면. 원래 잘 울지 않는 편인데, 그 신을 찍으면서 절로 눈물이 나오더라. 신기했다. 진짜 내가 강우가 된 느낌이었다. 그전까지는 잘 알지 못하고 연기했던 것 같다. 지금 보면 태영이만큼 강우도 아쉽다.

 

배우 조인성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내 서툰 연기를 잘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옆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연기뿐 아니라 조인성 선배의 ‘인성’,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매너 등에 대해서.

 

가르침을 잘 흡수하는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진중한 성격도 엿보이고 막내처럼 안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긴 했다. 무엇보다 사회에 나와 일하면서 이만큼 성장한 것 같다. 멤버들과 단체생활을 하고 어려운 일도 겪으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많다. 그리고 운 좋게도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 좋았다. 감독님, 작가님들도 그렇고 우리 매니저 형들도 정말 좋다. 이성보다 본능에 충실해질 때는 없나. 내 안의 내가 폭발할 때 엑소 콘서트에 와보시라(웃음).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팬들의 호응, 에너지가 마음속 무언가를 폭발시키더라. 무대에 오르면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

 

쉴 때는 주로 뭘 하나 연기하기 전부터 영화 보는 게 취미였다. 다만 예전에는 액션영화나 히어로물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찾아보고 있다. 카메라 앵글이나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 목소리 등을 더 세심하게 보게 된다.

 

팀의 메인 보컬이자 주목받는 신인 배우다. 더 갖고 싶은 재능이 있나 댄스 실력? 노래는 어릴 때부터 재미있어서 해오던 거였는데, 춤은 회사에 들어와서 배우기 시작했다. 엑소 안무는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지만 크리스 브라운이나 우리 팀 카이처럼 ‘진짜로’ 잘 추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키가 작아도 무대를 장악할 만큼 춤을 잘 추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디오 그리고 도경수에게 연예계 활동의 원동력은 뭔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나 연기를 안 했으면 다른 일을 하게 됐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이 일들이 내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으로 분명히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도 잘 받지 않는다. 힘든 일이 있어도 금방 잊어버린다. 앞으로도 옆에 있는 멤버들을 배려하면서 즐겁게 해나가고 싶다.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은 연기를 하게 된 것. <괜찮아 사랑이야> 쫑파티에서 노희경 작가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다가 평생 몰랐던 ‘울컥함’을 경험했다. 작가님과 나는 이 세상에서 강우를 제일 잘 알고 있는 두 사람 아닌가. 작가님 얼굴을 보고 “안녕히 계세요”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껴보지 못한 것을 느껴보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EDITOR 김아름
STYLIST 정진아
HAIR 박내주
MAKE-UP 서은영
SET STYLIST 이나경
PHOTO 목정욱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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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징/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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