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배우 도경수/2016 순정

맥스무비 <순정> 현장 2탄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순정> 현장 2탄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2015.09.18 05:06 
| 나원정 기자







추억은 빛바래지 않는다. 새벽녘 첫 이슬처럼 순정했던 첫사랑의 추억은 더더욱. 어느 라디오 방송 사연을 통해 23년 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섯 친구들의 애틋한 <순정>을 찾아 여름의 끝자락, 전남 고흥 촬영 현장에 다녀왔다. 

감독 이은희
출연 도경수 김소현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 박용우 박해준 김지호 이범수(특별출연)
개봉 2016년 상반기 예정

고흥에 정말 익숙해졌구나, 느낀 순간은? 도경수 원래 고향은 서울인데 전라도 사투리가 이젠 더 자연스럽다. 주다영 처음에 왔을 때 잘 못 알아들었던 식당 이모님 말씀이 지금은 술술 들린다.

사투리는 어떻게 연습했나? 이은희 감독 이 친구들 적응력이 남달랐다. ‘도배우’(도경수)는 혼자 고흥 주민체육센터에서 운동도 하고, 수옥이(김소현)는 혼자 대중목욕탕도 다녔다. 이다윗은 이렇게 생겼지만 제일 서울에 가고 싶어 했다.(웃음) 이다윗 이렇게 생기다니! 이은희 감독 제일 고흥스럽잖나! 이다윗 어둡고 진지한 역할을 많이 해서, 말랑말랑한 연기를 되게 해보고 싶었다. 잘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됐고. 막상 해보니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재밌긴 하다. 개덕이 머리 만들려고 파마만 두 번 했다!(웃음) 촬영 초반에는 화장실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랬는데 이젠 안 놀랜다.

아역 배우들도 잘 챙기고, 동네 주민들과도 편해 보이더라. 연준석 아무래도 고흥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동네 분들과 많이 친숙해졌다. 아역 배우는, 사실 내가 아이를 잘 다루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아역부터 시작했고, 어떻게 대해야 같이 촬영하는 것에 좋을지 생각했다. 다정하게 장난도 치고 진지하게 말도 하면서…….(쑥스러움)



극중 배경을 고흥으로 정한 이유는? 이은희 감독 제작사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가 고흥 출신이다. 시나리오 막바지에 여행 삼아 다녀오라고 해서 처음 오게 됐다. 뭔가 어설프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안한 슬로 라이프가 보이더라. 서울에서 마감에 쫓기다 와서인지 더 반가웠다. 고흥 분들이 뭘 주면 그렇게 푸짐하게 준다. 그런 인심을 <순정>에도 녹여냈다. 지금껏 한국 영화에 오픈되지 않은 재미있는 공간도 많아 자연스럽게 고흥으로 정하게 됐다.

<순정>의 이야기는 1991년과 현재를 오간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시대에 비해 더 예스럽게 느껴질 만큼, 1991년은 그리 멀지도, 아주 가깝지도 않은 과거인데. 이은희 감독 1991년 자체보단 열일곱 살의 추억과 감정에 더 집중했다. 흔히 추억 장면, 하면 흑백이나 세피아톤을 떠올린다. 그런데 사실 추억은 늘 현재보다 빛나지 않나. 초록의 자연, 푸른 바다를 도화지삼아 미술, 의상, 분장도 컬러풀하게 색감을 잡았다. 감성적으로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그 시대의 히트곡, 영화 같은 문화 콘텐츠로 접근했다. 김소현 수옥이 카세트테이프를 즐겨 듣는데 아하(A-ha)의 ‘Take on Me’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엄마도 좋아했다고 말해서 신기했다. 노래를 자주 들으면서 점점 더 1991년에 빠져들었다. 

범실과 수옥의 로맨스가 등장한다. 멜로 연기는 김소현이 더 선배인데, 도경수와 연기 호흡은 어떻게 맞췄나. 김소현 선배라고 하니까 되게 어색하다.(웃음) 아직 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전작들부터 감독님들께 의지를 많이 했다. 손짓 하나도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물어보며 유지해온 부분이 크다. 그런데 <순정>은 그냥 열일곱 살의 내가 느끼는, 수옥이가 느끼는 감정을 계산 없이 연기했다. 진짜 수옥이랑 범실처럼 지내면서 촬영했고, 나이다운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이은희 감독 캐스팅하면서 배우들의 성격과 캐릭터를 더 많이 봤는데 도경수는 목소리부터 멜로적이다.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같은 대사를 해도 공기 반, 소리 반. 그런 느낌이 있다. 탁 드러나기보다 여러 겹에 쌓인 느낌. 지금까지 도경수라는 배우가 연기한 역할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전작의 감독님들도 아마도 나와 같은 얼굴을 그에게서 발견한 게 아닐까.



범실이 도경수의 전작 <카트>(2014)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SBS, 2014)와 달리 마냥 순박하고 밝은 캐릭터일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오늘 촬영 장면은 사뭇 심각하더라. 이은희 감독 오늘 첫 촬영을 시작할 때 도배우도 “범실이가 이래요?”라고 묻더라. 도경수 오늘은 “범실이가 범실이가 아닌 모습”이라고 하시더라. 군의관 때문에 범실이 수옥과 크게 싸운다. 사실 나는 살면서 별로 화를 내본 적이 없다. <카트> 때 처음으로 큰 소리를 질러봤을 정도다. 평소에는 행복하고 재밌기만 한 범실이가 화를 내는데, 온몸이 다 저렸다. 긴장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이은희 감독이전에도 현장에서 얘기 나누다가 도배우가 “몸이 저린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평소 자기답지 않은 연기를 할 때였다. 충분히 캐릭터에 스스로 설득이 됐을 때만 그런 표현을 쓰더라. <순정>을 촬영하며 나도, 배우들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열일곱 살인 김소현을 제외하면 배우들이 모두 20대 초반 또래다. 촬영을 지켜보니 서로 굉장히 친해 보였다. 김소현 영화처럼 다들 열일곱 살 친구 같고 편했다. 수학여행에 가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생각했다. 주다영 문만 열면 옆집, 뒷집에 친구들이 사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다윗 촬영장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 서로가 낙이었다.(웃음) 다 같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안 난다. 솔직히 밤새 이야기하다 촬영하러 간 적도 꽤 있다.(웃음) 연준석 현장에서 이렇게 가벼워진 적이 없었다.


지금도 제일 조용하고 진지한데? 연준석 이 정도면 진짜 가벼워진 거다.(일동 웃음) 지금까지 같이 연기하는 분들과 사적인 대화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순정>은 함께한 형, 동생, 친구, 어른들 안에서 사람으로서 느낀 게 되게 많았다. 굉장히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경수 실제 열일곱 살 때는 잘 기억도 안 난다. 그냥 이 친구들과 열일곱 살을 새롭게 산 것 같다. 득량도라는 섬에서 11일간 촬영을 했는데 거긴 슈퍼마켓도 없어서 낚시를 실컷 하며 놀았다. 고기를 열한 마리나 잡아서 다 같이 구워먹었다.(웃음)

정말 즐거워 보인다. 도경수 여태껏 도경수로 살면서 못 느낀 걸 <순정>을 통해 많이 느끼고 있다.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 영화와 공간, 친구들이 정말로 소중하다.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에 날아든 편지를 단서로, 1991년부터 이어져온 애틋한 로맨스의 퍼즐을 맞춘다. 몸이 불편하지만 라디오 DJ의 꿈을 잃지 않는 열일곱 살 시골 소녀 수옥(김소현)과 언니처럼 살뜰한 길자(주다영)는 단짝 친구. 순둥이 범실(도경수), 마라톤계의 샛별 산돌(연준석), 넉살 좋은 개덕(이다윗)은 모두 수옥에게 연심이 있다. 아이돌부터 연기파 아역까지 내로라하는 청춘 배우들의 순박한 변신이 <순정>의 진심을 덜컥 믿게 만들 만큼 인상적이다. 극중 배경인 고흥에서 올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 이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 9월 18일(금) 발행되는 <맥스무비 매거진> 10월호에서 <순정> 현장 풀스토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