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LMOGRAPHY/2016 순정

magazine M <순정> 촬영현장

2015. 9. 3. 13:58


1991년, 바닷바람을 타고 

첫사랑이 찾아왔다





' 순정 '

제작 주피터필름 감독 이은희 출연 도경수,김소현,연준석,이다윗,주다영,김권 프로듀서 정문구

촬영 이준규 조명 송재완 녹음 김신용 미술 이현주 의상 이진숙 음악 옥은혜


 늦여름의 보슬비가 내리던 8월 25일 오후, 논밭으로 둘러싸인 전남 고흥 아평마을의 작은 교회에서는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다. "푸흐흐흐.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 산골 소년 번심을 연기하는 도경수(22)가 웃음을 참지 못하자, 곁에 있던 다섯 배우가 일제히 따라 웃었다. 그렇게 시작된 웃음 바이러스는 쉽게 잦아들지 않고 배우 사이를 돌고 돌았다.  "그냥 시원하게 웃고 다시 가 보자." '엄마 미소'로 이들을 바라보던 이은희(37) 감독이 이렇게 다독이며 촬영을 이어갔다.


 젊은 배우의 생기발랄한 기운이 가득한 이곳은 영화 '순정'(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의 촬영 현장이다. 바닷가 섬마을에서 해맑게 웃고 떠들며 함께 자란 다섯 친구, 수옥(김소현)·범실·산돌(연준석)·개덕(이다윗)·길자(주다영)가 주인공이다. 1991년, 몸이 불편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수옥은 육지로 유학 간 친구들이 돌아오는 방학만을 기다린다. 열일곱 살이 된 친구들 사이에 어느 순간 미묘한 감정이 움튼다. '순정'은 2015년 현재와 91년 과거를 넘나드는 판타지 멜로영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감독은 단편 '힘내라 YS'(2005) '도드리'(2007)등을 연출한 바 있다.


 이날은 수옥과 그를 짝사랑하는 범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장면을 촬영했다. 범실은 마을 군의관으로 온 영일(김권)과 그를 지극 정성으로 돕는 수옥에게 느닷없이 화를 낸다. 영일이 자신의 병을 고쳐줄 거라 믿는 수옥과 달리, 영일에게 다른 속내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촬영 공간이 비좁아, 카메라 위치가 바뀔 때마다 50여 명의 스태프가 예배당 의자 등 소품과 장비를 옮겨야 하는 수고가 뒤따랐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보조 출연진인 고흥 주민과 촬영장을 뛰노는 아역 배우, 위화감 없이 섞인 주연 배우들의 모습에 정겨운 마을 분위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이 감독은 "제작사인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의 고향이 고흥이다. 그의 추천으로 왔다가 주민의 푸근한 마음 씀씀이와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이곳을 주촬영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짙푸른 바다와 초록 숲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친구들의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과 이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흥=김나현 기자, 사진=라희찬(STUDIO 706)




4. 실제로도 비슷한 또래인 다섯 주인공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찍을때마다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왼쪽부터 주다영·이다윗·김소현·연준석·도경수.



''을 가득 채울 싱그러운 여섯 청춘 

 '순정'은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로 가득 찬 영화다. 최근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KBS2)에서 1인 2역을 소화한 아역 배우 출신의 김소현(16), 아이돌그룹 엑소(EXO)멤버로 영화 '카트'(2014,부지영 감독)와 드라마 '괜찮아,사랑이야'(2014,SBS)에서 속 깊은 연기를 선보인 도경수, 탄탄한 연기력으로 차세대 배우로 떠오르는 이다윗(21)·연준석(20)·주다영(20) 그리고 김권(26)이 출연한다. 이은희 감독은 "도경수는 고흥에 적응하려 2200원을 내고 이곳 주민체육센터에서 운동하고, 김소현은 엄마와 고흥의 대중목욕탕에 가기도 했다. 연준석은 촬영이 없어도 계속 머물렀다"며 "모든 배우가 진짜 고흥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 지난 두 달간 꼬박 이곳에서 보낸 소감은요.

김소현(이하 김)    수학여행을 가면 이런 기분일까 해요. (주)다영언니랑 밤늦게까지 이야기 나누고, 줄넘기하고 놀았거든요.

주다영(이하 주)    또래 배우와 함께 촬영한 건 처음이에요. 정이 많이 들어 벌써 헤어질 게 걱정이에요.

연준석(이하 연)    사실 전 함께 연기한 배우와 사적인 대화를 한 적이 없었어요. 촬영 과정에서 동료 배우와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경험을 하게 돼 감사하죠.

도경수(이하 도)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나 싶어요. 촬영 현장에서의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에요. 처음 사랑에 빠진 느낌이랄까요.


- 가장 마음에 남은 기억이라면.

    촬영 때문에 고흥 근처 득량도라는 섬에 11일간 있었어요. 수퍼마켓은커녕 바다랑 숙소밖에 없는 곳이죠. 

거기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낚시를 했는데, 고기를 열한마리나 잡았어요.

이다윗    이렇게 점점 문명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놀러 갈 곳이 없으니까 우리끼리 발장난, 몸싸움하고 놀았거든요.


-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능숙하던데요.

    촬영 시작하며 배웠어요. 처음엔 식당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을 못 알아들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는데, 이젠 다 들려요.

    이젠 일상 대화를 하다가도 사투리가 술술 나와요.

김권  제가 연기한 영일은 서울에서 온 군의관이어서 혼자 사투리를 안 써요. 이 친구들보다 늦게 촬영에 합류했고요. 

처음엔 낯설고 혼자 이방인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로 나이도 제일 많아요(웃음). 

그래도 친구들과 유머 코드가 잘 통해서 촬영 마치고 나선 재미있게 지냈어요.


- 우정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감정을 어떻게 연기했나요.

    이 작품 전에 멜로 연기할 땐 손짓 하나까지 감독님께 물어 봤어요. 연애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순정' 찍을 땐 감정을 계산하지 않고,

열일곱 살 수옥이가 범실에게 느끼는 감정 그대로 움직이고 말하며 연기했어요. 그 순수한 감정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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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공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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