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2016.11. magazine M - 눈앞이 캄캄해도 흔들림 없는 도경수의 눈빛

2016. 11. 25. 09:39

2016. 11. 

magazine M vol.190



눈앞이 캄캄해도 흔들림 없는 도경수의 눈빛



원문링크 http://news.joins.com/article/20924106







‘형’의 고두영은 시력을 잃고 좌절한 전직 국가대표 유도 선수다. 도경수(23)의 출연작을 통틀어 가장 도전적인 캐릭터라 할 만하다. 권수경 감독의 칭찬처럼 “배우로서 도경수의 강점은 깊은 눈빛”인데, 두영은 그토록 그렁그렁한 눈빛을 암전시켜야 하는 역할이니까. 반항적인 고등학생을 연기한 첫 영화 ‘카트’(2014, 부지영 감독) 이후,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디오와 배우 도경수 사이를 오간 지 어느덧 3년째. 전 세계 무대를 누비는 가수 활동과 영화 촬영·홍보를 병행하느라 바쁜 나날 속에서, 그는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페이스를 익히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촬영을 마치고 1년 만에 영화를 본 소감은. 
“깜짝 놀랐다. ‘내가 저렇게 연기했었나? 지금이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 텐데…’ 하면서 혼자 움찔움찔했다. 목소리 크기나 대사 전달력에 있어서도 ‘어조에 좀 더 높낮이가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신과 함께’(2017년 개봉 예정, 김용화 감독)를 촬영 중이고, 얼마 전 웹 드라마 ‘긍정이 체질’도 재미있게 찍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지난 1년 사이 내가 그만큼 성장했구나’ 싶기도 하다.”



-두영이란 인물이 되기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다. 엑소 활동과 어떻게 병행했나. 

“(소속 연예인 관리에 엄격한) SM엔터테인먼트 이미지 때문인지 배우 활동과 관련해 오해하는 시선이 있더라. 작품 선택만큼은 회사에서도 내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 준다. 주로 남경수 본부장님과 의논하는 편이다. 이 영화를 통해 이전에 보여 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극 중 두영은 시력을 잃은 후 폐인이 됐다가, 희망을 가지면서 성격이 밝아지고, 또 다른 비극을 겪으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그런 감정 변화를 내 안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연기하고 싶었다.”




-‘국가대표 유도 선수’라는 설정이 부담스러웠겠다. 시각 장애 연기도 쉽지 않았을 테고. 
“유도 자세는 어색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4개월 정도 틈날 때마다 열심히 훈련했다. 연습한 만큼은 (영화 속에) 나온 것 같지만, 진짜 운동선수처럼 몸집을 키웠다면 좋았겠지 싶다. 준비 시간이 촉박해 안타까웠다. 실명(失明)의 갑갑함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어둠 속의 대화’라는 시각 장애 체험 전시에도 다녀왔다. 눈을 뜨고 연기하지만, 속으로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계속 주문을 외웠다. 상대 배우 눈을 보지 않고 감정 잡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시력뿐 아니라 표정·어조 등의 다른 감각까지 덩달아 절제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조)정석 형이 ‘스스로 공감한 캐릭터의 감정이 화면에서 잘 표현되지 않는 것 같다’고 조언해 줬다. 나도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정말 고마웠다.”

실제로 도경수에게는 세 살 터울의 형이 있다. 형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에 갔고, 그도 소속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줄곧 떨어져 살았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형이 하면 다 멋져 보여서, 온라인 게임 아이디까지 따라했다”고 말한다. 도경수는 “형은 몸집이 커서 형에게 물려받은 옷은 항상 소매가 길었는데, 그래도 좋았다”며 웃었다. “극 중 두식과 우리 형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래도 형제애는 똑같이 느껴졌다.” 도경수의 말이다.



-가장 몰입한 장면이라면.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한 두영은 시합을 앞두고 두식에게 전화를 건다. 그 순간이 감정 몰입의 최고치였다. 후반부 장면이지만 제작 여건상 크랭크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하게 됐다. 그럼에도 정석 형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컥하더라. 엔딩송 ‘걱정말아요 그대’도 진짜 두식과 두영의 마음으로 함께 녹음했다. 촬영할 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부르다 보니, 가사가 대사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극 중 두영은 20대지만 워낙 순수한 캐릭터다. 그렇다 보니 설정된 나이보다 더 어리게 느껴지는 ‘소년 감성’의 대사들이 있더라.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고민됐을 것 같다.
“두영이 학교 운동장에서 형에게 진심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형이 도와줄 거야? 괴롭히는 애들 있으면 혼내 줄 거야?’라고. 자칫하면 너무 어린아이처럼 보일 것 같아 신경 쓰였다. 하지만 두영은 정말 순수한 캐릭터 아닌가. 어느 정도 그런 점을 감안하면서 연기했다.”



-지난 10월 공개된 웹 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는 20대 영화과 학생 김환동 역을 맡아 또래답게 풋풋한 캠퍼스 라이프를 보여 줬다.
“6회 분량을 6일 만에 찍었는데, 진짜 신나게 촬영했다. ‘순정’(2월 24일 개봉, 이은희 감독)을 함께한 (이)다윗과 함께여서 더 재미있었다. MT·동아리·연애 같은 대학 생활의 추억을 쌓지 못해 아쉬웠는데, 웹 드라마를 통해 간접 경험한 셈이랄까.”



-‘N포 세대’의 고단함이 자연스레 녹아 있더라. 지금 20대의 현실이기도 한데, 공감할 수 있나. 

“각자의 상황이 다를 뿐,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 않다. 나 역시 데뷔하기 전에는 평범한 고교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극 중에서 환동과 인국(이다윗)은 힘들게 아르바이트한다. 그 장면을 연기하며 고등학생 때 고깃집에서 ‘알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보고 싶어 시작했다가, 너무 힘들어 혼쭐났지만(웃음).”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신과 함께’에서는 군인 ‘원 일병’ 역을 맡았다고. 사후 지옥세계를 그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의 인기가 높은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신과 함께’ 1·2부 모두 등장하는데, 원작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다. 내 분량은 12월에 촬영이 끝난다.”



-연기에 엑소 활동까지 스케줄이 빡빡하다.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갈증은 없나. 
“배역의 비중이 커질 때마다 그런 갈증도 커진다. 하지만 나에게 엑소는 너무 소중하다. 둘 다 잘하고 싶다. 처음에는 뒤죽박죽 바쁘기만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 바쁨이 몸에 익었다. 최근 ‘긍정이 체질’ ‘신과 함께’ 촬영, ‘형’ 홍보, 엑소 활동을 한꺼번에 진행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스케줄이 착착 정리되더라.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어서 컨디션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잠도 챙겨 자고, 양쪽 분야를 오가며 항상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반듯한 마음가짐이 연기에도 드러나는 것 같다. 언젠가 연기를 통해 아주 흐트러지고 싶은 마음도 있을까. 
“있다. 아주 처절한 누아르 장르를 경험해 보고 싶다. 하지만 배우로서 어떤 방향을 정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바뀔 테니까. 생긴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매거진M] 살벌하게 싸워도 돌아서면 그리운 오, 마이 브라더!